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충청 출신인 박성효 최고위원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분산 배치설과 관련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며 이명박 대통령의 ‘인품’까지 거론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뭘 그렇게 함부로 하고 있어”라고 말을 가로막았고, 안상수 대표는 “최고위원이 자기 지역 얘기만 하면 뭣 때문에 앉아 있나, 사퇴하든지”라고 핀잔을 줬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너무 심했다”고 거들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회의는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안 대표는 “이거 봉숭아학당도 아니고”라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이들에게 과학벨트 문제의 해법을 기대할 수 있을까.
김무성 원내대표는 5일 당 의원총회에서 “정권에 신뢰의 위기가 왔고, 국책사업으로 인한 우리끼리의 갈등이라는 위기도 있다”면서 “큰 위기가 엄습해 오고 있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제역 전세난 물가 등 경제와 민생(民生) 문제에서 한나라당의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사소한 문제로 일부 의원들이 얼굴을 붉히며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과학벨트를 놓고는 충청권과 비충청권,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는 수도권과 영남권, 영남권 안에서도 부산과 그 밖의 지역 출신 의원들 사이에 갈등만 있지, 여당 차원의 조정 기능은 실종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들의 일터인 국회 본회의 일정을 빼먹으며 지역구에서 살다시피 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내년 총선 전망을 어둡게 보고, 특히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만이라도 살자’는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분주한 모습이다. ‘구(區)의원 수준’이라고 스스로 비웃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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