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치료환자 50대 75% 늘어… 20, 30대는 6~18% 증가
《회사원 박태호 씨(45·서울 용산구)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때문에 탈모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9월 유치원 학예회에서 아들이 놀림을 받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박 씨의 머리를 가리키며 놀려대는 아이들 탓에 박 씨는 아들에게 손도 흔들지 못하고 돌아섰다. 아들 역시 몹시 풀이 죽어 있었다. 6개월 정도 치료를 받고 난 박 씨의 정수리 부분엔 지금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최근 아들의 입학식에서는 크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40대 남성들의 탈모가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등 스트레스도 심각하다. 머리카락이 하루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가 시작된다는 신호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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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우 서울맥스웰피부과 원장은 “전에는 탈모를 노화 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였지만 최근에는 치료에 열성을 보인다. 탈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한 데다 좀 더 젊게 보이려는 노력이 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남성의 ‘탈모 스트레스’는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 4월 30대 탈모인의 모임인 ‘삼탈모’ 회원 1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탈모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응답이 91.1%(123명)로 나왔다. 대인기피증을 경험한 비율은 48.9%(66명),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34.1%(46명)였다.
하지만 병원에서 탈모 치료를 받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최광성 인하대 피부과 교수 조사에 따르면 탈모 남성은 병원에서 전문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4.2회의 자가치료를 한다. 결국 탈모가 시작된 지 7.3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게 된다.
자가 치료를 할 때는 주로 비누나 샴푸(69%), 민간요법(25%)에 의존한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남성 탈모 환자의 35.6%는 탈모 치료 및 예방을 위해 한 달에 5만∼10만 원을 썼다. 이 중 20%는 10만 원 이상을 들였다.
○ 남성형 탈모의 원인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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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초기에는 이마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머리숱이 줄기 시작한다. 머리 선은 정상이지만 머리카락이 가늘어져 비어 보인다. 머리카락이 하루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머리카락은 가늘어진 곳부터 빠지기 시작한다. 결국 앞머리 선을 따라 ‘M’자형으로 탈모가 일어난다.
탈모 초기에는 두피를 깨끗하게 하는 모발 관리와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먹는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 제제(프로페시아 등)나 바르는 발모제인 미녹시딜 제제가 주로 사용된다. 조남준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나치게 자주 머리를 감으면 두피나 머리카락에 자극을 줘 증상이 심해진다”며 “약용 샴푸를 사용할 경우 샴푸 후 바로 헹구지 말고 5∼10분 기다렸다가 헹궈야 좋다”고 말했다. 평소 과도한 염색이나 파마, 모발용 화장품 시용도 조심해야 한다.
탈모 중기에 들어서면 앞이마가 점점 넓어지다가 정수리 부분의 탈모와 합쳐진다. 앞 이마 선이 크게 후퇴한다. 이마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탈모가 대칭적으로 깊숙이 진행한다. 이마 쪽에는 머리카락이 남지 않아 모발 이식으로 새로운 이마 선을 만들어 줘야 할 정도다.
모발이식술은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 자기의 옆머리와 뒷머리 부위에서 모근을 떼어내 탈모 부위 두피에 하나씩 옮겨 심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수술기법의 발달로 앞이마에 집중적으로 심어 자연스러운 모양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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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