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다걸기’ 오히려 毒됐다
세계적 영업력을 갖춘 글로벌 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는 지나친 ‘가계대출 다 걸기(올인)’에 있다는 분석이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여신 리스크가 낮은 가계부문에 치중해왔다.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은 1999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리스크가 큰 기업금융 대신 부동산 금융과 고금리 가계대출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기업금융의 대명사였던 제일은행은 그 과정에서 가계대출 전문은행으로 변모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된 후에도 가계대출에 집중하는 모습은 여전해, 지난해 총여신 44조5117억 원 중 가계여신이 28조7211억 원으로 64.5%가량을 차지했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여신을 줄이는 대신 매년 가계여신을 10% 이상 늘려오고 있다. 신한은행의 총여신 구성이 △대기업 20% △중소기업 40% △가계 40%, 또 우리은행이 △대기업 40% △중소기업 30% △가계 30%로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광고 로드중
지나친 성과 위주의 경영도 오히려 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다. SC제일은행은 연봉제 도입을 앞두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실적이 부진한 27개 영업점포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분란을 겪었다. 한국씨티은행은 노후화된 전산체계를 개선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동파사고로 전산망이 중단되기도 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은행들이 국내에서는 안정성을 추구하며 지나치게 가계여신에 치중하고 있다”며 “기업대출을 하지 않으면 대형 외환거래를 할 수 없는 등 은행 영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