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 빼고, 사랑은 퇴근 후에”… 한국 수사드라마, CSI서 배우자
‘싸인’ 19회, 윤지훈(왼쪽)을 그윽하게 쳐 다보며 때 아닌 여유를 부리는 고다경. SBS TV 화면 촬영
○ 미드의 충고: 과도한 비장미 이제 그만
‘싸인’의 부검 장면에서는 줄곧 현악기가 대거 동원된 오케스트라 연주에 강렬한 전자기타 음이 귓가를 때렸다. 부검대에 오른 시체가 벌떡 일어나 헤드뱅잉이라도 해야 할 듯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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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사물의 대표주자 ‘CSI’는 다르다. 법의학자들은 침착하다 못해 수도승처럼 보인다. 과학적 진실을 큰 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다. 철두철미한 부검과 실험과정은 그들이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하는 전문가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싸인’류의 비장미는 살인이라는 극적 사건을 다루는 수사물의 특성상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하지만 반복되면 효과는 반감되다 못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마련. ‘지속가능한’ 수사드라마를 위해 미드의 쿨한 건조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 일드의 충고: 국과수에선 부검, 경찰서에선 수사를
“미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진료하고, 일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교훈을 주고, 한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연애한다.” 얼마 전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한미일 3국 드라마의 특성을 절묘하게 간파해낸 지적인데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싸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사에만 몰두하던 윤지훈과 후배 법의학자 고다경(김아중). 하지만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던 드라마 막바지에 뜬금없는 ‘러브 모드’가 등장해 드라마의 김을 확 빼버렸다. 고다경이 윤지훈을 집에 불러다 재운 뒤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장면이 늘어지도록 화면을 채운 것이다. 고다경으로서는 동생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연쇄살인범이 죽은 직후였고, 동생의 목숨을 포기하고서라도 잡고 싶다는 가수 서윤형의 살인범 강서연(황선희)이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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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