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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치논리 아닌 경제논리로 풀자”

입력 | 2011-03-18 03:00:00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뉴욕 시에서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하자 뉴욕 시 당국은 부랴부랴 임대료 규제책을 도입했다.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고 집주인이 세입자를 마음대로 내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임차인들은 당국의 조치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집을 세 주더라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이 나오자 집주인들은 주택 수리를 회피했다. 주택 공급량이 격감하고 기존 주택은 노후화하면서 슬럼가가 늘어났다.

여야 정치권이 주택임대료 규제정책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임대료 상한을 고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면적인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주장한다. 과거 실패로 끝났던 임대료 상한제를 정치권이 도입하려는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민주당이 선도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입법화한 것을 한나라당이 뒤늦게 받아들임으로써 야당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자화자찬까지 했다.

전·월세 상승이 세입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임대료 상한제가 실효성 있는 대안인지는 정치권이 더 고민해야 한다. 1980년대 정부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자 전세금이 거의 두 배로 뛰었다. 명백한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당장의 인기만 의식해 전·월세 상한제 같은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면 부작용과 후유증이 만만치 않게 나타나게 된다. 임대료 상한제를 강행하면 집주인들은 시행 직전에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릴 가능성이 크다. 전세제도가 위축되고 전세금과 연동된 월세 역시 법 시행 전에 껑충 뛸 것이 확실하다. 주택 공급은 더 줄어들게 된다. 결국 집 없는 서민과 신혼부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기 쉽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지역 간 갈등 양상을 보이는 국책사업에 대해 신속히 결정을 내릴 것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국책사업에서 정치논리는 배제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에서 갈등이 나오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정부는 경제논리로 자제 요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전체에 그런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 대통령의 인식은 원론적으로 옳다.

신공항과 과학벨트 선정 문제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전문가들의 객관적 평가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책사업이나 전·월세 대책이 경제논리에서 너무 벗어나면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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