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구 특파원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현에서 아이를 품에 안고 고향을 떠나는 엄마 아빠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TV 화면에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엄마 아빠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16일엔 후쿠시마 지역 수돗물에서까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탈출자들이 급속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근 니가타(新潟) 현의 피난소는 후쿠시마에서 넘어온 ‘난민’들로 순식간에 만원이 됐다. 지진과 쓰나미에 어느 정도 ‘내성’이 붙은 일본인들도 원전사고엔 차원이 다른 공포를 느끼고 있음을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16, 17일 원전에서 흰 연기가 뿜어 나오고 헬기가 물을 뿌리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되자 공포는 극에 달했다. 정부와 원전회사의 대응이 오락가락한 것도 불안심리를 극도로 부추겼다. 사재기 심리도 급속히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로 그 참상을 눈으로 보고 겪어왔다. 1945년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의 원폭 피해자들은 6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식 세대인 2세, 3세까지 고통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원전사고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공포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쓰나미 참사에도 침착과 배려를 잃지 않던 일본인이 원전사고 앞에서 허둥대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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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