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입의존도 높은 부품 재고량 충분… 국내 영향 제한적”
정부는 현 단계에서는 일본 강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등에서도 대체로 일본이 피해를 충분히 감내할 능력이 있다고 보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지진 발생 직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었으나 이후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지진 소식이 전해진 12일 미국 뉴욕시장의 주가는 올랐으며 일본의 원유 수요 감소에 따른 전망으로 국제유가는 하락하고 엔화 가치는 오히려 오르는 등 세계경제에 큰 파장은 없었다. 또 일본 의존도가 높은 수입부품의 재고량이 단기적으로 충분해 수급에 문제가 없고 증시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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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핵심부품 등 실물 부문 점검을 강화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일본 원전 사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토해양부는 물류상황 점검과 수송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 및 외환시장이 외부충격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일이 없도록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비상금융 통합상황실을 24시간 체제로 운영하고, 두 기관의 간부급으로 구성된 금융합동점검회의도 수시로 열어 시장 상황을 평가하면서 필요한 경우 신속히 대처키로 했다. 아울러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국내 중소업체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 정책금융 등을 통한 지원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세행정 특별 지원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일본 물류 여건 악화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24시간 통관체제를 운영하고, 지난해 납세액의 50% 범위에서 최대 6개월까지 기한을 연장하거나 분할납부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일본 수출입업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일본 강진에 따른 구호와 조기 복구를 위해 각 부처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며 “일본기업과 거래하는 한국기업에도 중요 교역 파트너인 일본과 장기적인 관계를 위해 급격한 대금회수나 거래처 변경을 자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국 증시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
日자본 빠져나가면 증시 부정적… 엔화상승땐 수출기업 강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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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베 대지진 때 큰 충격 없었지만…
1995년 1월 17일 고베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일본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으며 닛케이종합주가는 당일 0.5% 하락에 이어 3개월간 20%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같은 기간 3.5% 하락에 그쳤고, 미국 증시는 오히려 8%가량 상승했다.
고베 대지진과 달리 이번 지진은 넓은 지역에 걸쳐 진행 중이며,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가 피해 복구에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에서 고베 대지진과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지진이 일본 동북부의 산업지역을 강타해 피해 규모가 국지적인 수준을 넘어섰고, 심각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신이 생길 경우 부정적 영향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국제 투자자금이 이번 지진으로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할 경우 국내 증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개별기업 영향은 제각각
일본 경제 피해는 고베 대지진 때보다 훨씬 크지만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금융과 산업의 영향력이 다른데 일본이 한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경우 주식 및 채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며 산업은 수출이 늘면서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이번에 큰 피해를 본 일본의 정유,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업종은 국내 증시에서 재부각되면서 증시 주도권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고베 대지진 때도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아 부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항만과 공항을 통한 운송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지진의 영향은 중립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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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