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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연발… ‘미스터 빈’ 같은 007의 후예들

입력 | 2011-03-08 03:00:00

英 MI6 요원 - 특수부대원 8명 몰래 리비아 갔다 시위대에 감금석방 간청 전화도 도청당해 망신




‘이 사람들이 제임스 본드의 후배들이라고?’ ‘특수임무’를 띠고 리비아로 특파된 영국 정보국 MI6 요원들과 특수부대원들이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했다고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이 비판했다.

리비아의 제2도시인 벵가지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반정부군과 접촉해 향후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한 대화 창구를 개설하라는 지시를 받은 MI6 요원 2명과 특수부대원 6명은 4일 새벽 헬기편으로 벵가지 인근 밀밭에 몰래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곧 농장 근로자들에게 붙잡혔다. 외교관이라고 신분을 밝혔지만 수상히 여긴 근로자들은 총을 겨누며 짐을 수색했다. “무기가 없다”던 말과는 달리 배낭 속에서는 총기류와 폭발물, 탄약, 위조 여권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더구나 이들이 사전에 반정부군 측에 연락을 하지 않고 오는 바람에 신원을 확인해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 측 용병이 되려고 온 것으로 오인받아 벵가지 기지에 감금당한 채 심문을 받았다.

영국 정부가 이들을 구출하는 과정도 엉성했다. 리처드 노던 리비아 주재 영국대사는 반정부군 측 압델 하피즈 고가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요원들이) 호텔을 찾다가 붙잡혔다. 헬기를 타고 간 줄은 몰랐다”고 횡설수설하면서 제발 풀어달라고 간청했다. 고가 대변인은 “공식 대표단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리거나 언론인들처럼 이집트를 통해 들어오면 되는데 왜 헬기를 타고 몰래 들어왔느냐”고 따졌다. 설상가상으로 이 통화 내용은 카다피 원수 측에 도청돼 대사 사진과 함께 리비아 국영TV를 통해 6일 그대로 방영됐다. 반군이 서방국가와 결탁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카다피 정권으로서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셈. 영국 요원 8명은 6일 오후 풀려나 영국 군함을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영국 외교부는 또 다른 대표단을 리비아에 파견하겠다고 밝혔으나 반군 측은 또 몰래 들어온다면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