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서울 강북구에 있는 최규식 민주당 국회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서울북부지검 직원들이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4일 기습 통과시킨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이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6명은 면죄부를 얻게 된다.
○ ‘나랏돈’으로 로비 길 열어줘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이나 노조, 이익단체들이 ‘나랏돈’으로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부분이다.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한 차례 10만 원, 연간 120만 원까지 익명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후원금 기부 활성화를 위해 연간 10만 원 이내의 정치후원금은 연말 소득공제 때 국고로 전액 환급해주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덧붙여 법인이나 단체가 구성원에게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몰아주도록 요구하는 것까지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나 노조는 “우리에게 호의적인 A 의원에게 10만 원씩 후원금을 보내자”는 요구를 공공연히 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나라에서 돌려받을 돈이니 기왕이면 ‘우리 편’에게 내자는 식이다.
○ ‘의원 업무’ 주장하면 처벌 어려워져
현행 정치자금법은 ‘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청탁 및 알선의 대가로 후원금을 받는 것을 금지했지만 개정안은 이를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고쳐놓았다. 이 부분 역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법인이나 단체에 뇌물성 후원금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개악(改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그동안 국회의원이 지역구 민원을 공무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등까지 폭넓게 국회의원의 ‘직무’로 인정해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받고 공무원에게 청탁 내지 사실상의 외압을 행사했더라도 소속 상임위의 소관기관이거나 지역구와 관련된 경우 ‘본인의 업무’라고 주장해 형사처벌을 면할 길이 열린 것이다.
○ ‘소액’ 신원 안 드러나 물밑거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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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치 않는 기부 압박도 처벌 안 돼
지금까지는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해 기부를 요구할 경우 처벌을 받도록 돼 있었다. 이에 따라 기업 경영진이 직원에게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도록 권고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피고용인의 의사를 억압한 것으로 보고 처벌해왔다. 하지만 개정안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용해 강요’한 경우로 요건을 강화했다. 법적으로 ‘강요’는 협박, 폭행 등으로 상대방이 반항할 수 없게 해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만든 경우를 가리키기 때문에 하급자에 대한 단순한 후원금 기부 권고는 ‘강요’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앞으로는 회사원이나 노조원이 윗사람이나 동료의 눈치 때문에 원치 않는 후원을 요구받는 상황에 처해도 법적 제재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