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계약재배 확대를 통한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이라며 “계약재배는 농협이 맡아줘야 하는데 지금의 능력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탄식했다. 농협중앙회는 돈을 굴리는 신용사업만 직접 담당할 뿐 농축산물의 판매 및 유통은 지역 단위농협이 맡고 있었다.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소식에 농민들이 “제대로 된 농민 지원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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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사업 편중 개선
그동안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농민들은 “농협이 돈벌이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재 농협의 인력 현황을 보면 이들의 비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농협의 기능은 크게 △조합원에 대한 교육사업 △농산물 가공·유통 등 경제사업 △은행, 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담당하는 신용사업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농협은 “세 가지 사업 모두 조합원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농협 인력은 압도적으로 신용사업에 집중돼 있다. 76%인 1만3665명이 신용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반면 경제사업과 교육지원을 맡는 직원은 각각 14%, 10%에 그친다.
여기에 농협이 중점을 뒀던 신용사업마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워져 전체적인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은행 보험 증권 등 농협 신용사업의 당기순이익은 2007년 1조3521억 원에서 2008년 3304억 원으로 급감했다. 2009년 4147억 원, 지난해 5562억 원으로 회복되고는 있지만 2007년 실적에 크게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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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농협, 농민단체,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는 농협이 이 같은 의무를 얼마나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 ‘경제사업 활성화 미흡’ 의견도
그럼에도 일부 농민단체와 전문가는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이 미흡하다며 농협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창한 농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신용지주 부분에만 특혜를 줬을 뿐 농산물 판매 활성화, 농자재 공동구매 같은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경제사업 부문의 알맹이는 빠져 있다”며 “지역농협과 중앙회로 나뉜 유통조직 일원화 등이 개정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현출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자본금 배분 외에도 농협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신용지주가 경제지주에 매년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의 2%를 지급하도록 향후 시행령에 정할 것”이라며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원병 농협 회장도 “법 개정의 취지를 살려 농업인과 국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원=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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