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백악관은 이 스테이크에 어떤 와인을 함께 내놨을까. 중국에서 라피트(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의 인기가 높다고 하지만 국빈 만찬에 프랑스산 와인을 내놓았을 리는 만무하다 싶어 미국 와인,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중심에 두고 후보군을 좁혀 나가던 필자는 다소 의외의 와인 이름과 만나게 됐다.
이날 만찬장에서 선보인 와인은 다름 아닌 ‘퀼세다 크리크 카베르네 소비뇽 2005년산’이었다. 산지는 미국 워싱턴 주다. 물론 이 와인이 최근 권위 있는 와인 전문지로부터 네 번(2002, 2003, 2005, 2007년)이나 100점 만점으로 평가받을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고는 하지만 백악관이 지극정성으로 준비한 만찬 식탁에까지 오를 줄은 예상 못했다. 게다가 이날 만찬에 제공된 3종의 와인 중 디저트 와인도 워싱턴이 산지라는 사실도 놀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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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워싱턴 주의 연평균 강우량은 200mm에 불과해 보르도(850mm)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수확기 강우량의 차이는 더욱 크다. 따라서 비 때문에 포도 성장에 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보르도와 달리 이곳에선 포도가 완숙되기를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
워싱턴 주의 남북으로 뻗은 캐스케이드 산맥의 동쪽과 서쪽의 모습은 완전히 딴판이다. 대부분의 포도밭은 산맥 동쪽에 있는데 해양성 기후인 서쪽과 달리 이곳 기후는 사막을 연상시킬 만큼 1년 내내 비도 얼마 안 내리고 일교차도 상당히 크다. 아시다시피 서늘한 밤 기온은 포도의 산도를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또한 이곳은 여름 일조 시간이 캘리포니아보다 2시간가량 길어서 포도가 서서히 익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곳의 레드와인이 캘리포니아산보다 ‘나긋나긋하며 우아하다’는 평가를 받는 주된 이유다. 워싱턴산 와인의 맛이 궁금하다면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샤토 생 미셸(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에 있는 유명 와이너리) 디너’에 참석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현지의 와인 메이커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콜 솔라레 샤토 생 미셸 & 안티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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