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정치부 기자
특히 질의 대부분을 개헌에 할애한 이군현 권택기 의원과 이 장관 간의 질의응답은 개헌이란 정치상품의 프레젠테이션을 연상케 했다.
―개헌이 왜 필요한가.(이군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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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도 개헌 찬성 의원이 상당수 있다고 하던데….
“열린우리당이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키로 한 만큼 그 당의 법통을 이어받은 민주당도 개헌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헌론자이다.”
질의 도중 개헌 관련 여론조사 자료를 본회의장 스크린에 띄운 이 의원은 막판에는 “개헌이 왜 정략적인 게 아닌지 설명해 달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개헌을 하려면 여야 의원 200여 명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정략적이라는 것은(정략으로 이룰 수 있다는 얘기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권성동 권택기 조진래 의원도 유사한 질문을 던졌고 이 장관은 “1987년에 만든 헌법은 이제 시효가 다해…”라는 식의 답변을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했다. 질의하는 의원이나 답변하는 장관 모두 질의응답 내용을 잘 알고 있었는지 종종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도 않고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 장관은 아예 눈을 단상에 고정한 채 준비된 원고를 읽기도 했다. 이 장관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개헌 토크쇼’를 지켜보며 친이 그룹이 과연 개헌이란 과업의 역사적 무게를 진정성 있게 느끼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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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정략적이라는 비판에도 직접 국민 앞에 나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말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과연 그런 열정이라도 보여주고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