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 ‘지형’ 바뀌나
남녀 커플이 대학로에서 상연 중인 성인 대상 연극 ‘개인교수’의 표를 사고 있다. 예전엔 벗는 연극 상연 자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 지만 요즘은 대학로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76석 규모인 객석의 80% 정도가 찼는데 대부분 남녀 커플이었다. 연극은 중년의 남자 교수가 모텔에서 여제자와 성관계를 맺으면서 심리적 발기불능을 고친다는 내용. 구성이나 연기에 대해 말하기는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었다. 민망한 장면은 무대 뒤쪽에 설치한 46인치 3차원(3D) TV 모니터로 보여줬다.
이 연극은 ‘성인연극의 대부’ 강철웅 씨가 2009년 말 대학로로 돌아와 무대에 올리기 시작한 성인극 시리즈 중 최신작이다. 강 씨는 1990년대 초반 대학로에서 성인연극 ‘마지막 시도’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동시에 공연음란죄로 체포됐다.
성인연극은 2009년 말 남녀 배우가 전라로 등장했던 예술극 ‘논쟁’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즘 성인연극은 예술성은 아예 배제한 채 ‘배우들이 벗는다’에만 방점을 둔 ‘벗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학로를 휩쓸고 있는 상업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기획사 제이앤에스는 지난해 말 여성 동성애자의 극중 정사 장면으로 논란이 된 연극 ‘바이올렛’을 무대에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개인교수’를 상연하고 있다. 미대 남자 교수가 딸의 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이다. 가든시어터는 다음 달 11일부터 ‘여선생은 수업 중’을 무대에 올린다. 곧 시작할 공연까지 합하면 올해만 벌써 네 편인 셈이다.
흥행 성적은 좋은 편이다. ‘교수와 여제자1’의 경우 2009년 10월 초부터 7개월간 대학로 공연으로는 비싼 4만 원의 입장료에 하루 3회 공연을 했는데도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2편은 입장료를 5만 원으로 올렸다.
일반연극은 20, 30대 여성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성인연극은 30대 이상 남자 관객의 비중이 높다. ‘개인 교수’를 두 번 봤다는 회사원 장모 씨(41·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성인연극은 대학로의 틈새시장으로 봐야 한다. 작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현재의 대학로 공연시장 시스템을 비판했다. 인터파크 같은 온라인 예매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입장권 매출이 요즘은 전체 80%까지 차지하는데 규모가 작은 정통 연극들은 이런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서울연극협회는 상업적인 연극을 배제한 공연만 모아 하나의 사이트에서 홍보하는 통합 마케팅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