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하기로 했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윤곽이 나왔다. 그러나 대표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인 중국과 독일의 반대로 핵심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과 실질실효환율이 빠져 ‘반쪽 합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G20 국가들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갖고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인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주요 지표로 공공부채, 재정적자, 민간 저축률 및 민간 부채를 채택하고 무역수지, 순투자소득, 이전수지를 보조지표로 포함하는 ‘2단계 접근법’에 합의했다.
가이드라인의 큰 틀을 마련했지만 이번 합의가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가이드라인에 포함될 지표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지표의 적용 수준은 4월 미국 워싱턴 재무장관회의로 넘겼다. 더욱이 무역 불균형을 평가하는 핵심인 경상수지, 실질실효환율, 외환보유액을 가이드라인에서 모두 뺀 채 무역 불균형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는 재정지표 등의 대내지표들만 주요 지표로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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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랐던 만큼 이번 회의에서 양측이 한발씩 양보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핵심지표가 빠지긴 했지만 국가의 재정상태와 민간 투자여력을 바탕으로 경상수지 흑자의 원인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대내지표들은 정부의 국채 발행이나 금리 결정의 근거로 결국은 대외지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G20 서울회의 때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경상수지를 빼는 대신 경상수지의 세부 항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지표인 무역수지 등을 보조지표로 담는 중재안을 18일 저녁에 제시했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한국이 G20 이전 의장국으로서 성공적인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