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성공 의지 ②고객 관찰 ③경험 공유
DBR 그래픽
리즌은 운동을 좋아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땀에 젖은 옷을 세탁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세탁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수많은 세탁기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던 그는 크게 세 가지 의미 있는 발견을 하게 된다. 첫째, 세탁물을 넣고 뺄 때면 쪼그려 앉아야 한다. 둘째, 세탁조 안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셋째, 세제를 얼마만큼 넣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세탁할 때 공통적으로 겪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발견한 리즌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세탁물을 위에서 넣는 기존 세탁기와 앞에서 넣는 드럼세탁기를 결합하는 방법이었다. 리즌의 세탁기는 서랍처럼 여닫으므로 세탁물을 넣고 뺄 때 쪼그려 앉을 필요가 없다. 세탁물을 투입하고 꺼내기도 여타 세탁기보다 훨씬 쉽다. 더군다나 무게를 자동으로 감지해 세제량을 알아서 조절해 주므로 주부의 일손도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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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즌의 세탁기 발명처럼 충분한 의도와 행동의 관찰, 경험의 공유, 이 세 가지가 잘 녹아 있는 흥미로운 사례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경동보일러 광고다. 이 광고의 아이디어를 기획한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 기획가이자 대한민국 광고인으로는 유일하게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1세대’ 광고인인 이강우 선생이다. 경동보일러로부터 TV 광고기획을 의뢰받은 그는 제품의 특장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보일러 사용자들을 3일 동안 면밀히 관찰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보일러 판매상도 며칠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딱히 맘에 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재래시장의 보일러 가게에서 신혼부부를 발견하게 된다. 이 선생은 우연히 이 부부의 대화를 듣게 된다. “여보, 날도 추워지는데, 시골에 계신 아버님, 보일러나 하나 바꿔 드리자.” “그래, 그럽시다. 나이도 많으신데 춥게 지내시게 할 수는 없으니까….” 시골에 계신 부모님 댁에 보일러를 바꿔드리려는 효자, 효부의 얘기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말이었지만 며칠간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던 이 선생은 안 풀리던 문제가 단번에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바로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온 경동보일러 광고,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하나 놓아드려야겠어요” 편의 탄생 스토리다.
이 광고는 시골에 부모를 두고 있는 자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그 결과 경동보일러는 몇 년 치 재고 분량까지 모두 판매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프로젝트마다 충분한 의도를 갖고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걸 원칙으로 삼는 이강우 선생의 광고기획 철학이 빛을 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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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그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충분한 의도에서 시작한다. 대개 실패하는 사람은 적당히 노력하다 안 되면 포기한다. 그러나 성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의도에 따라 이뤄진다. 우리는 지금 통찰을 다루고 있다. 통찰이란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하는 일이다.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하는 게 쉽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 아는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어떤 모순이 숨어 있고 어떤 결핍이 내재돼 있는지 좀처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모순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모순의 핵심 이유를 밝혀 표면 아래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도가 필요하다. “이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겠어”라는 자신과의 약속이면 충분하다.
○ 행동의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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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의 기본 개념에 ‘중심극한정리(Central Limited Theorem)’라는 게 있다. 대략 개체의 수가 30개를 이루면 그들의 특성은 정규분포를 따르게 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30명 정도의 의견과 반응만 차근차근 살펴봐도 대부분의 결핍을 찾아내는 데 문제가 없다. 특히 대한민국은 동질성이 강한 나라다. 지역별로 트렌드가 다르지 않고 동일한 트렌드를 쫓아가는 나라다. 미국이라면 인종도 다양하고 출신 국가도 제각각이라 세분 시장별로 따로따로 물어봐야겠지만 한국은 미국에 비하면 하나의 세분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30명의 행동과 의견만 제대로 관찰하면 거의 정답을 알아낼 수 있다.
○ 경험의 공유
필자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에서 마케팅 수업을 받을 때의 일이다. 지도교수가 학생들에게 “귀사의 고객들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고객을 각자의 관점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은 자세하게 오랫동안 얘기하고, 어떤 학생은 짤막하게 상식적인 수준의 얘기를 했다. 한참 동안 고객에 대한 설명을 들은 지도교수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여러분은 고객의 경험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그들의 결핍을 이해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고객과의 경험을 제대로 공유하고 있다면 아무런 자료 없이도 한 시간 이상을 얘기할 것입니다. 반대로 고객과의 경험 공유가 돼 있지 않다면 5분을 넘기기 힘들 것입니다. 아무런 자료가 없어도 한 시간 이상 여러분의 고객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진정한 고객 전문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고객과의 경험이 공유되지 않으면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고 그들의 필요를 원천적으로 알 수 없다. 제대로 경험을 공유해야 고객들의 결핍을 발견하고 통찰을 얻어낼 수 있다.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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