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사태가 격화되면서 미국 뉴욕 증시가 급락하고 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집트뿐 아니라 알제리, 튀니지, 예멘 등 최근 북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중동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지역의 정치 불안이 더 확산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걷잡을 수 없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 중동 정치는 ‘세계 경제 화약고’
이번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발을 빼면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지수는 28일(현지 시간) 전날보다 166.13포인트(1.39%) 떨어진 11,823.70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FTSE100지수가 1.40%, 프랑스 CAC40지수가 1.41% 급락하는 등 주요 증시가 모두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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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운업에서의 타격은 이집트 튀니지 등의 소요 사태가 다른 중동 산유국으로 번질 경우 빚어질 파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독재 청산과 부패 척결, 실업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지역 젊은이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친(親)서방 아랍국가인 이집트의 격변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헤지펀드 ‘어게인캐피털’의 존 길더프 파트너는 “이런 사태가 리비아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국 정부 “들인 공이 얼만데”
이집트를 아프리카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경제협력에 정성을 쏟아온 한국 정부는 뜻하지 않은 유탄을 맞게 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29일 내각 해산을 선언하면서 그동안의 협상 파트너가 모두 바뀌는 바람에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나 이 지역 인프라 건설 협력을 위해 여태까지 쌓은 노력이 상당 부분 허사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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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과 이집트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수출 22억4000만 달러(약 2조5100억 원), 수입 9억3800만 달러(약 1조500억 원)를 합해 모두 31억7800만 달러(약 3조5600억 원)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현재까지의 상황이 한국 경제에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