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10∼14일 1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며 지난해 8월 이후 20주 만에 처음으로 주간 단위로 순매도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주(17∼21일)에도 4888억 원을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의 출렁임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 같은 움직임이 차익 실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적인 자금 이탈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변심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올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 강도는 지난해보다 약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지더라도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돼 증시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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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탈 조짐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에서 전반적으로 감지된다. 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은 인도 증시에서 9억 달러, 태국에서 8억2300만 달러, 인도네시아에서 5억3900만 달러, 필리핀에서 9200만 달러를 팔아치웠다. 지난해 12월까지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7개월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아시아 증시의 부활을 이끈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데다 주가 급등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조금씩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 변수가 신흥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금리 인상 등의 긴축 정책이 글로벌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또 미국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신흥국으로 쏠리던 글로벌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한 신흥국 증시는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선진국의 94% 수준에 육박해 저평가 매력까지 떨어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흥국 인플레 우려, 선진국 경기회복 기대가 겹치면서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선호도가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본격적 이탈로 보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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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많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형 우량주를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을 매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펀더멘털을 여전히 좋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조적 이탈이 아닌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국 주식의 상대적인 메리트는 훼손돼도 절대적 메리트는 유지되고 있다”며 “특히 올해 국내 기업의 이익은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선진국 경기회복을 감안할 때 이익증가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자금이 동남아 시장 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인플레 우려가 낮고 저평가 매력이 높은 한국은 반사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