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1승을 향한… 그들의 소리 없는 도전
이들이 땀을 흘리는 이유는 ‘우승’이 아니다. 단지 ‘1승’을 위해 오늘도 바닷가에서 힘든 훈련을 이겨낸다. 영화 ‘글러브’는 장애가 있지만 야구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제공 시네마서비스
20일 개봉하는 ‘글러브’(전체 관람가)는 그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뻔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관객들은 웃는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강우석 감독의 작품답다.
한때 최고의 투수였지만 이제는 퇴물로 전락한 상남(정재영)은 잦은 음주 폭행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사건을 무마하려는 그의 매니저이자 오랜 벗인 철수(조진웅)는 상남에게 잠시 충주에 내려가 청각장애 야구부의 임시 코치를 맡으라고 한다. 상남은 별 수 없이 충주로 내려가지만 야구부의 실력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한숨이 나올 뿐. 연습경기에서는 7회 동안 0-32라는 믿을 수 없는 점수 차로 패한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 홀로 남아 투구 연습을 하는 한 학생의 모습을 본 상남은 자신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했었는지를 깨닫고 진지하게 아이들과 마주한다.
원래 영화의 제목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야구에도 ‘사랑(LOVE)’이 있다는 생각에 ‘글러브(GLOVE)’로 제목을 바꿨다. 그만큼 영화에는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 줄 ‘사랑’이 넘친다. 청각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모습은 찬란한 여름의 햇살만큼이나 밝다.
하지만 마냥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은 아니다. 청력을 잃었지만 다른 아이들과 달리 어눌하게 말할 수 있는 명재가 야구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집을 나서는 장면에서 명재의 어머니는 절규한다.
“수화 쓰지 마! 넌 니네 학교 애들이랑 달라. 넌 말도 할 줄 알고 이젠 입 모양도 읽을 줄 알잖아. 아무도 니가 못 듣는다는 거 모르게 살 수 있어. 정상인 애들하고 똑같이 살 수 있어.”
이 한마디는 세상 속에서, 또 ‘그들이 사는 세상’ 속에서 청각장애인들이 느끼는 차별의 무게를 전한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