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독설 자제를”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에 대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 미국 내에서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적대적인 정치 환경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의자인 재러드 리 러프너가 묵비권을 행사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개혁법 등 각종 개혁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중을 선동하는 극단적인 정치대결 구도가 이번 일을 초래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기퍼즈 의원은 건강보험개혁법의 의회 통과 후 여야가 극단적인 대치를 보이던 지난해 1분기(1∼3월)에만 42차례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일리노이)는 9일 CNN에 출연해 “정치적인 독설은 불안정한 사람에게 폭력도 허용되는 행동이라고 믿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치적인 표현을 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공화당은 이번 사건을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나 티파티 운동과 연계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과격한 지지자의 폭력적 행동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라울 래브라도 공화당 하원의원(아이다호)은 NBC에 출연해 “양쪽 진영에 모두 극단적이고 미친 사람들이 있다”며 “정치지도자가 할 일은 그들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며 언어를 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연방검찰은 9일 러프너를 살인과 살인미수 등 5가지 혐의로 애리조나 주 투손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했다. 러프너는 10일 오후 투손 연방지법에 출두한다. 검찰은 러프너가 범행에 사용한 9mm 글록 반자동 권총을 지난해 11월 30일 집 인근에서 구입한 사실을 상점 영수증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러프너의 자택을 수색해 금고 안에서 러프너의 서명과 함께 ‘나의 암살’ ‘나는 사전에 계획했다’ ‘기퍼즈’라고 휘갈겨 쓴 봉투를 압수했다. 현장 감시카메라에 포착돼 한때 공범으로 추정됐던 남자는 러프너를 사건 현장인 쇼핑센터 밖까지 태워준 택시운전사로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수사 당국은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성명을 내고 “10일 오전 11시 애리조나의 비극적 사건의 무고한 희생자를 추모하고 회복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추모 묵념은 미 동부 시간으로 10일 오전 11시에 미 전역에서 일제히 거행된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