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총 780억달러 절감… 육군-해병 병력도 6% 감축
미국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국방비 삭감에 나선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6일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의 직접 지시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총 780억 달러에 이르는 경비절감에 나설 것”이라며 “연방적자 누적에 따른 재정긴축이라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냉전 이후 예산절감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펜타곤이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대대적인 예산삭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방부가 확정한 향후 5년간 예산안에 따르면 2012년 예산안은 5530억 달러(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 비용은 제외)로 실질 증가분이 있지만 2013∼2014년에는 증가율이 떨어지고 2015∼2016년에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은 채 동결된다. 또 육군과 해군의 병력 감축도 예상되며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미군 병력 규모는 9·11테러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게이츠 장관은 병력 축소 규모가 육군과 해군 전체의 약 6%인 4만7000명(육군 2만7000명, 해군 2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산동결은 그렇다 치더라도 병력을 대폭 줄이고 해외주둔 미군기지를 줄이는 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좋게 평가해도 위험천만한 것이며 자칫하면 국방력 저하라는 참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