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긴급회의 소집 덕에 손 안대고 코푼 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고민이 러시아 ‘덕분’에 일거에 해결됐다.
정부는 그동안 연평도 포격 도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문제를 놓고 머뭇거렸다. 안보리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반대에 부닥쳐 공격 주체를 의장성명에 명시하지 못했던 기억 때문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러시아가 제의한 안보리 긴급회의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의 장이 되면서 한국 정부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셈이 됐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정부 내에서는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한국 영토에 포격을 가해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만큼 반드시 유엔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의 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실효성이 없는 안보리 회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유엔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무효화하려는 북한의 주장이 어떤 형태로든 유엔 문서에 남는다면 북한이 향후 이를 활용해 노골적인 NLL 무효화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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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한반도 긴장 조성의 근원이라는 이사국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로서는 연평도 도발을 안보리에 직접 제기한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를 이미 다 얻었다”며 “이젠 이 문제를 안보리에 별도로 회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20일 코트디부아르 분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안보리 정례회의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은 채 종료됐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어제 북한을 규탄하는 안보리의 성명이 채택됐다면 건설적이었겠지만 이제는 유효성이 지났다”고 말했다.
북한 규탄 성명에 거세게 반대했던 중국의 왕민 유엔 주재 차석대사는 이날 남북한의 자제를 요청하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왜 북한 규탄(condemn) 성명을 거부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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