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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올해도 몰래 온 ‘얼굴없는 연탄 천사’

입력 | 2010-12-22 03:00:00

“1만5000장 값 송금하니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세요”




17일 오후 충북 제천시 장락동 연탄제조 공장 D산업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연탄 1만5000장 값을 송금할 테니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수고해 달라”는 것. 전화를 받은 이 회사 목영철 대표가 잠시 뒤 은행 계좌를 확인해 보니 675만 원이 입금돼 있었다. 올해로 7년째 같은 목소리의 남성으로부터 걸려온 똑같은 내용의 전화다.

제천시에 따르면 해마다 이맘때면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이 남성이 연탄공장을 통해 관내 불우이웃에게 연탄을 전해오고 있다. 2004년 첫 전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년 동안 모두 약 10만 장의 연탄을 기탁했다. 신원이 궁금해 연탄공장을 통해 알아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본인이 기증 의사만 밝히고 곧바로 전화를 끊는 데다 “혹시라도 신원을 알려고 하면 연탄 기탁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 지금까지 파악한 이 남성의 신원은 50, 60대라는 게 전부다.

이 남성의 선행은 연탄 기탁뿐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천시 관내 주민센터에도 각종 생필품을 10년 넘게 기증하고 있는 무명의 독지가가 있는데 시는 그가 바로 이 남성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천시는 읍면동별로 기초생활수급 대상 가정 등 75가구를 선정해 27일부터 이 남성의 ‘온정’이 담긴 연탄을 200장씩 전달할 계획이다. 제천시 사회복지과 경갑수 팀장은 “감사패라도 전달하고 싶어 신원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본인이 원치 않아 그만뒀다”며 “이런 분들이 있기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많은 분이 추운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