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울고 웃고 온몸의 물 다 뺀다
올해 순회공연의 주제는 ‘역(驛)’. “김승기 시인의 시 ‘역’을 읽었어요. 그중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한 세상 그냥 버티다 보면/덩달아 뿌리내려 나무 될 줄 알았다…세상은 다시 모두 역일 뿐이다’는 구절이 좋았어요.” 우리네 인생도 낙엽처럼 뿌리내려 볼까 와서 서성이지만 결국 지나간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공연에 와 보면 사람들이 알아요. 지구에서 뿌리내리려고 노력하다 결국은 돌아간다는 것을. 그걸 공감하게 되죠.” 20일 오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장사익의 목소리는 낭랑했다. 그 특유의 웃음 가득한 표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고집 있는 공연자와 푼푼이 돈을 아껴 티켓을 산 관람객들이 모이기 때문에 공연장 분위기는 늘 뜨겁다. 고 기형도 시인의 어머니와 고 최장현 피아니스트의 어머니가 공연장을 찾은 10월 서울 공연에서는 “온몸의 물을 다 뺐다”고 회상했다. 장사익은 기형도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고, 6월에 세상을 뜬 최장현 피아니스트와는 5년 정도 함께 작업했던 인연이 있다. “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울었어요. 관객도 울고, 저도 울고. 그러면서도 가슴은 희열로 벅차고….”
장사익은 지역마다 자신이 끌리는 노래도, 관객들의 박수가 터지는 순간도 다르다고 회상한다. “광주에선 보통 부르는 ‘찔레꽃’ 대신 ‘아리랑’을 불렀어요. 그런데 노래 중간부터 박수가 막 터지더라고요. 부산과 대구는 환호가 뜨겁고, 대전에선 함께 두 손 꼭 잡고 오신 70대 할머니 자매가 기억에 남아요.”
1993년부터 무대에 서온 그지만 제주에서 단독 공연은 처음이다. “흥미진진해요. ‘허허바다’(정호승 시)를 부를까 생각 중이에요. ‘바다 위에 겨자씨 한 알 떠 있네’란 구절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도 연상되고,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제주공연은 26일 제주아트센터 대극장. 1566-2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