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딸 몫까지 베트남신부들 행복했으면…”
한국으로 시집온 지 일주일 만인 올해 7월 8일 남편에게 살해당한 탁티황응옥 씨(20)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찾아와 조의를 표하고 있다. 탁티황응옥 씨 사건은 무분별한 국제결혼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성과 함께 국제결혼 요건 강화 등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부부는 한국에서 답지한 성금 20억 동(약 1억1000만 원)으로 예전보다 넉넉한 생활을 한다. 그렇다고 농사를 포기하진 않았다. 크메르족 풍습에 따라 성금은 1년간 사용하지 않을 작정이다. 딸의 영혼이 살아 있는 기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 부부는 “부산 빈소에서 문상, 상주 역할에다 위로금까지 주신 한국 정부, 사회단체,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시집간 베트남 여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부부는 호찌민 시 여성신문 응이아인 기자(36·여)를 통해 11∼14일 세 차례에 걸쳐 동아일보와 간접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는 본보 기자가 부산외국어대와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을 통해 질문을 보내면 응이아인 기자가 부부에게 다시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더욱 가까워진 두 나라
박수관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59)는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를 만났다. 응우옌 총리는 “베트남 국민의 죽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한 한국민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그에게 전했다. 사업 때문에 베트남 출장이 잦은 그는 베트남 정치인과 행정 관료들에게 같은 말을 자주 듣고 있다.
호찌민 교민들은 최근 모금한 2억 동을 국가기관인 호찌민 여성연맹에 베트남 여성 국제결혼 교육비와 복지비로 지원했다. 호찌민 한인상공인연합회 김순옥 국장(47·여)은 “내년에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뒤 고향으로 돌아오는 베트남 여성들을 위해 지원금을 낼 것”이라며 “사건 이후 한국인과 국제결혼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 사건 뒤 불법 국제결혼 철퇴
탁상 씨는 사건 직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예방을 했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탁상 씨 바람대로 국제결혼 피해를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미등록 국제결혼 중개업 영업, 혼인 경력과 건강 상태 등 허위 개인신상정보 제공, 허위 과장 광고를 한 중개업체 수백 곳을 적발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국제결혼중개업 등록 여건과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결혼중개업 관리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같은 당 김영선 의원도 최근 국제결혼 중개업자에게 결혼 당사자들 신상정보 확인서를 작성하고 공증 받은 뒤 서면으로 제공하는 ‘결혼중개업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는 국제결혼 희망 남성들은 결혼 전 전국 14개 출입국관리소 이민통합지원센터에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교육을 받도록 했다. 교육을 받아야 결혼사증(비자) 발급 신청을 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국내에 2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이면 범죄 피해를 봤을 때 국가 구조금을 받도록 하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안’도 이달 초 국회에 제출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다문화 차별속에 성-국가차별 또 있더라”
▲2010년 8월16일 동아뉴스스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