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81% “내년 사업계획 아직 못짰다”
《가전제품, 자동차, 모터 등에 사용되는 에나멜 권선(피복 절연전선)을 만드는 ‘화일전자’의 윤장혁 사장은 9일 “지금처럼 내년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는 기업 경영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환율 문제부터 유럽 재정위기, 북한의 돌출행동, 세계 경기회복 지연 등 여러 불안 요소가 동시 다발적으로 내년 기업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윤 사장은 “전에는 불확실성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예측은 고사하고, ‘상상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터지기 때문에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 일부 기업, 연간 사업계획 수립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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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환율 불안, 원자재가 상승, 유럽발 금융위기,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북한 리스크 고조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83.9%가, 대기업은 78.8%가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불확실성을 더 높게 보는 것이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정책 과제로는 조사 대상 기업의 45.0%가 ‘환율·원자재가 안정’을 꼽았다. 이어 ‘임시투자세액공제, 법인세 인하 등의 투자 관련 지원제도 유지’ 40.0%, ‘규제 완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 7.9% 순이었다.
○ 위기 대응 자신감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매출 및 투자 목표에 대해서는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기업이 많았다. 내년 매출액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64.0%가 ‘올해보다 높게 설정하겠다’고 답했고, ‘비슷하게 유지할 것’, ‘낮게 설정할 것’이란 응답은 각각 29.6%와 6.4%였다. 내년도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서도 37.9%가 ‘늘리겠다’고 답한 반면 ‘줄이겠다’는 기업은 6.0%에 그쳤다. 56.1%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투자를 어느 분야에 집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68.2%가 ‘기존 주력 사업 강화’, 16.1%는 ‘신성장동력 발굴’, 15.7%가 ‘신시장 개척 등 글로벌 경영 추진’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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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경제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기업은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유지와 법인세 인하 등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