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박성율 트레이너는 작년까지만 해도 제주에 몸담고 있었다. ‘서울 맨’이란 수식은 조금 어색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친정보다는 현 직장에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제공 | FC서울
FC서울 박성율(38) 트레이너에게 올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은 각별합니다.
상대 제주 유나이티드는 박 트레이너가 오랜 시간 머문 친정이니까요.
1996년 부천 유공 코끼리(제주의 전신)에 입사해 작년까지 몸담았어요. 꼭 10년 전, 안양LG(서울의 전신)와 부천SK가 챔프전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부천 벤치를 지켰습니다.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프 1차전으로 시계추를 되돌려 봅니다.
스탠드 한구석에 자리 잡은 가족들은 약간 혼란에 빠집니다.
“딸이 어느 팀을 응원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아빠 팀 응원하라고 했는데, 눈치 좀 보였다더라.”
이쯤은 양호합니다. 진짜 난감한 상황은 아디가 쓰러졌을 때 벌어집니다.
“저 사람 우리 팀에 있던 사람이잖아. 왜 저기 있냐?”
그럴 만도 합니다. 처음 제주 원정을 왔을 때 제주 선수가 넘어지면 자신이 뛰어나갈 뻔 한 적도 있으니까요. 그를 ‘박 쌤(선생님 속어)’이라 부르던 제주 선수들도 여전히 메시지를 보내올 정도입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부천 출신 고참 김한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덕택에 금세 선수들과 친해집니다. 각별한 인연이 있네요. 11월 청룡영화제 기술상(영화 ‘아저씨’)을 받은 친동생 박정율 무술감독이 김한윤과 어릴 적 축구를 함께 했던 친구입니다.
“떨리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친정 팀의 성장이 반갑기도 하고. 그래도 서울이 우승해야지…. 내 팀인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