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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태현]두 가지 함정에 빠진 軍

입력 | 2010-12-02 03:00:00


십수 년 전 정부 당국이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탓하는 일을 보고 반박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국민이 안보가 불안해서 일손을 놓으면 나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군이 존재한다. 국민이 안보를 걱정하지 않으면 정부와 군은 스스로 업적을 자랑스러워할 일이지 국민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논지였다.

군사적 대비태세 얕보인 결과

“녹슬고 기름 줄줄” 흐르는 연평도 해안포에 관한 보도를 보면 안보불감증은 오히려 군 당국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걱정하고 탓해야 할 일이다. 밖과 안,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평화는 적의 평화적 의도 덕분에 오는 것이 아니다. 이면에는 적의 공격의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억제가 작용하고 있다. 그 억제가 성공하려면 전쟁에 못지않은 치열하고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1953년 정전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북의 재침과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주권국의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작전통제권을 최강국 미국에 넘겨주어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다. 어려운 경제형편에도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고 국민 개병제를 통해 대규모의 군대를 유지했다. 그렇게 지켜온 평화 속에서 우리는 세계 7위의 수출대국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거듭되는 것이 우리의 군사적 태세가 얕보인 때문은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의 도발에는 다른 동기도 있겠지만 핵실험이나 핵시설 공개와 같은 정치적 도발 외에 군사적 도발의 방법을 택한 이유는 성공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연평도의 ‘녹슨’ 대포가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는커녕 그 도발에도 무기력하게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둘째는 안의 문제다. 천안함 폭침 당시 필자는 분노와 충격에 더해 걱정에 휩싸였다. 북한의 어뢰공격을 받고 해군 초계함이 무력하게 가라앉는 가운데 아군이 새떼를 향해 포격하고, 피폭 시점을 놓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군의 발표를 보면서였다. 국민이 군의 능력과 진정성에 대해 신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히 밖으로부터의 군사적 위기에 그치지 않고 안으로부터의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현상은 우리 군이 두 가지 함정에 빠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조직의 함정이다. 원래 조직이란 여러 개인의 단순한 모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다. 수직적인 위계와 수평적 분업, 그리고 표준화된 행동절차와 부단한 훈련으로 조직만의 능력을 배양한다. 반면 바로 그 때문에 조직은 타성과 편협한 이기주의에 빠지기 쉽다. 기업조직도 다를 바 없어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수술을 받았다.

軍쇄신 전화위복의 계기되길

둘째는 평화의 함정이다. 지속적인 평화 속에서 군은 타성과 편협한 이기주의라는 조직의 함정에 깊이 빠졌다. 합동성을 강조해도 기존의 절차와 각 군 사이의 경쟁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공과(功過)를 따지는 인사에서 공이 아닌 과가 승진의 기준이 됐다. 공을 세울 기회가 없으니 장교들은 과를 범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용사가 아닌 관리자가 됐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기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군조직과 기강을 쇄신하고 타성과 편협성을 일소하여 강군의 면모를 갖추는, 그리하여 북한의 도발을 확실하게 억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연평도의 전력을 강화하느라 다른 곳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는 균형 잡힌 대응도 바란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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