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야당이 대통령과 여당의 성공에 박수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 모른다. 남 잘되는 꼴 못 보고 재 뿌리는 건 우리 정당들의 주특기 아니던가. 4대강 사업 반대도 환경보호나 대운하 반대 논리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너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라는 인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제기한 대통령 부인 비리 의혹이나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수사에 대응하는 여야의 행태도 우리 정치의 고질병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면책특권을 방패 삼아 일단 터뜨리고 보는 ‘아니면 말고 정치’, 자기들에게 불리하면 과거 여당 또는 야당 때 한 일은 깡그리 잊어버리는 ‘기억 상실의 정치’다.
G20 정상회의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국력이 커졌음을 실감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뤄내고 G20 정상회의까지 주재했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뉴욕타임스가 “많은 한국인은 자신의 나라가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할 정도다.
프리덤하우스는 선거 과정, 정치 참여, 언론의 자유, 법의 지배, 인권 등을 종합한 한국의 정치적 환경이 세계 19위라고 평가했다. 뉴스위크는 올해 8월 정치적 환경에 교육, 건강, 삶의 질, 경제 경쟁력까지 포함한 세계 베스트 국가 순위에서 한국을 15위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한국 정치를 부러워하는 동남아 국가도 많다. 그러나 정치의 하드웨어인 정치적 환경 평가를 곧 정치 수준 평가라고 할 순 없다. 국민의 체감 정치 수준은 G20은커녕 G30, G40도 못 될 것이다.
국민의 고민을 해결해줘야 할 정치가 오히려 걱정거리를 보태고 있고, 국민을 통합해야 할 정치가 거꾸로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 봉급으로 살아가기에 빠듯한 청원경찰들의 돈을 받고 법을 만들어주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정치인 비리와 부패, 강기갑 의원의 공중 부양 같은 저질 행태, 지역주의 투표 행태가 줄지 않는 한 우리 정치가 G20에 들어가길 기대하지 않는 게 낫다.
G20 국제행사가 끝나자마자 여야는 내년도 예산과 4대강 사업, 민간인 사찰 등을 놓고 일전불사의 태세다. 한국 정치가 우리의 경제규모 순위나 G20 회의 때 보여준 시민의식에 다가가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