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위안화 대체통화로 원화 투자 늘려… 외환시장 비상
선물환은 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놓은 환율로 외환을 사고팔 것을 약속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외국인투자가는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한국의 주식이나 채권을 샀다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환차손을 보기 때문에 환율변동 위험을 없애기 위해 선물환 계약을 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중국의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내 외은지점에서 원화 역외선물환(NDF) 거래로 환차익을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외은지점이 거래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NDF 시장은 만기 때 실제 투자원금이 아닌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와 이익금액만큼만 주고받기 때문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투자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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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계 최대 외자유치국인 중국에 투자하면서 원화 NDF를 대체수단으로 이용하는 거래를 계속 방치할 경우 원화의 환율 변동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위안화 대체통화로 활용되는 원화 NDF 거래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거래가 계속 늘어날 경우 국내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유출입되는 외화가 늘어나 환율 급변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금융당국은 일부 외은지점이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외국의 본점에 기존의 선물환 거래를 이전하는 편법을 사용해 자기자본의 250%로 정해진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넘겨 선물환 거래를 늘린 정황도 파악하고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투기적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있었던 만큼 규정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강도 높은 징계를 내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의 250%로 규정된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투자하면서 환율변동 회피수단으로 원화 NDF 시장을 이용하거나 선물환 포지션을 외국 본점으로 이전하는 편법에 대해서는 아직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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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