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들의 도전 스토리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된다. 이들을 좌절에서 구해준 아이디어 원천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혹은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 혁신의 원천이 됐다. 실제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를 만든 일본 아오모리 현의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무농약 재배 실패로 자살을 결심했다. 근처 산에 올라 로프를 휙 던졌는데 이게 나무에 제대로 걸리지 않고 다른 곳으로 튕겨나갔다. 로프가 떨어진 곳에 우람한 도토리나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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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운영으로 큰돈을 벌었던 대교 강영중 회장은 과거 과외 금지 조치로 사업 기반이 무너진 적이 있다. 이 위기에서 구해준 아이디어는 ‘배달’ 모델이었다. 문제지를 배달해서 풀게 하고 간단히 지도하면 과외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한국에선 잠시만 걸으면 배달을 해주는 식당을 만날 수 있다.
외환위기로 고전하던 웅진코웨이를 살려준 아이디어는 정수기 ‘판매’에서 벗어나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전월세, 렌터카 등 임대는 가장 흔한 사업 모델 중 하나다. 다만 과거 정수기 사업에 임대 모델을 접목시킨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엔진 개발 실패로 도산 위기에 몰렸던 일본 스즈키 자동차를 구해낸 ‘알토’도 자사 직원들이 타고 다니던 트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직원들과 술 한잔 하려고 공장을 방문했다가 직원 차량 중 상당수가 트럭이란 점을 발견했다. 이후 경차와 트럭의 장점을 조합해 알토를 만들었다.
음식물 처리기로 급성장한 루펜은 어느 가정에나 있는 헤어드라이어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젖은 머리를 빨리 말려주는 헤어드라이어처럼 젖은 음식도 열풍 건조로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혁신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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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장 mar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