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쇠고기 문제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한미 양국은 어제 정상회담에서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하려던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에 계속 논의키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노력해서 타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2007년 4월 타결 후 3년 이상 표류한 한미 FTA가 연내에 최종 타결돼 조기에 발효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미국 측은 협상 막판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확대를 요구했고, 한국 측은 쇠고기 문제를 의제로 삼을 경우 협상에 더는 응할 수 없다고 반발해 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쇠고기와 자동차 양쪽에서 미국이 계속 한국에 양보만 요구하는 것도 야당과 국민의 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한미 양국은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FTA 타결을 위해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고 쇠고기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2년 전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후 광우병 시위로 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광우병 쇠고기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었지만 축산 농민에게는 여전히 민감한 현안이다. 미국 정부로서도 정치적 발언권이 센 목축업자들과 목축업이 활발한 지역의 의원들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월령 30개월 이상인 쇠고기로 수입을 확대하더라도 시장의 수요가 작아 실익(實益)이 크지 않다. 양국 정부가 유연하게 접근하면 쇠고기 문제도 절대 풀 수 없는 난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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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주요 지지기반인 미국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을 반대했으나 중간선거에서 FTA에 찬성하는 공화당이 승리해 비준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출발점이다’라는 제하의 8일자 사설에서 “세계 경제에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강한 투사가 필요하다”며 한미 FTA를 강력히 추진할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주문했다. 두 나라가 지금과 같은 호기를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