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턴 美국무 “한미FTA, G20 전에 마무리 희망”
○ 한-미 ‘기 싸움’
이번 힐러리 장관의 발언은 지난달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한미 통상장관 회의 후 나온 미 고위급의 첫 공식 반응이다. 올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속한 타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이후 미국은 행정부 관료들이 앞 다퉈 공식석상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 전 타결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6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첫 공식 실무 접촉이었던 통상장관 회의에서도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힐러리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의 미국 측 관료들 발언과 같은 일종의 ‘기 싸움’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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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정부로선 “양보안을 먼저 제시할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보안을 먼저 제시할 경우 미국 측이 의회의 반대를 이유로 추가적인 양보를 계속 요구하면서 우리가 끌려 다니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협상 방향을 묻는 내외신 언론들의 질문에 외교부가 여러 차례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무슨 협상을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는 대답을 반복해 온 것도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 부속협정, 장관고시 형태로 미국안 수용 가능성 있어
문제는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측의 요구를 마냥 모른 척하기도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미국은 백악관이 나서 11일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로 한미 FTA를 꼽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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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에 대해 “협정문의 수정은 절대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부속 협정을 만들거나 장관고시 등을 통해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클린턴 정부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부속협정 형태로 노동, 환경협약이 체결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 FTA에서도 협정문 원안에는 손대지 않으면서 별도의 부속협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쇠고기 문제는 더 큰 ‘판도라의 상자’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전 연령대의 쇠고기 수입 허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쇠고기 파동을 겪은 정부로선 이 요구를 받아들이는 일이 정치적으로 도박에 가깝다.
미국 역시 이러한 한국 정부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미국이 쇠고기는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자동차 분야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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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관계자는 “서울 G20 정상회의 전에 한미 FTA가 타결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든 오바마 대통령이든 어느 한쪽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며 “그게 안 된다면 타결의 마지노선은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전인 내년 7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