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 김황식 국무총리(오른쪽)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시정연설 도중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4대강 예산을 서민복지예산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전운 감도는 국회
예산전쟁을 앞둔 여야 지도부의 표정은 결연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2월 2일 법정시한을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올해는 절대 (12월) 15일을 넘기지 않겠다는 게 저의 굳은 각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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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일단 협상에 주력하겠지만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예산국회는 언제든지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최대 쟁점인 4대강 예산은 올해보다 1.9% 증가한 3조2800억 원이 편성돼 있다.
국회가 예산심의를 거쳐 회계연도 시작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확정하는 것은 헌법 54조에 명시된 의무다.
하지만 1988년 13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현재 18대 국회까지 22번의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6번에 그쳤다. 1992년과 1997년, 2002년 등 3차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불가피하게 예산안이 신속히 처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 ‘헌법 무시’는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 여권, 개헌 공론화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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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여권 주류 진영의 행보에 협조하는 모습을 취해 왔으나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 평가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여권 주류 진영의 ‘분권형 개헌’ 시도가 ‘박근혜 죽이기’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지키기 어렵다는 김 원내대표의 솔직한 고백에서 볼 수 있듯이 현행 예산국회 관련 제도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는 것은 정기국회가 열린 지 한 달이나 지난 10월 2일까지인 만큼 예산안 처리 시한이 매우 촉박하다는 것이다.
원래 제3공화국 헌법에서는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9월 2일)까지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돼 있었지만 1972년 유신헌법부터 90일 전으로 예산안 제출 시기가 늦춰진 후 현행 헌법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국회의 예산 감시 권한을 크게 줄인 유신헌법의 의도가 현행 헌법에까지 반영된 것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