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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장애아들 복지혜택 못받아” 50대男 자살

입력 | 2010-10-08 03:00:00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동사무소 분들께 잘 부탁드립니다.”

6일 오전 8시 50분경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의 주머니에서는 이런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시신 주변엔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열한 살 난 장애인 아들을 둔 윤모 씨(52)로 밝혀졌다. 아들은 한쪽 팔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다 최근에 일감까지 끊겨 생활고에 시달리던 윤 씨는 아들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지원금을 받거나 장애아동부양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주민센터 등에 알아봤지만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답만 들었다.

윤 씨는 돈을 벌 능력이 있는 자신이 살아있기 때문에 아들이 지원을 못 받는 것으로 여겼다. ‘나만 세상에 없으면 아들은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5일 오전 식구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선 윤 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윤 씨는 1997년 지금의 아내인 김모 씨(54)와 결혼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혼인신고도 하지 못했다. 주민등록상 윤 씨의 아들은 부모가 없는 고아가 된 셈이라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자격이 생겼지만 가장 소중한 아버지를 잃게 됐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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