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하다. 미안해.”
“아니에요. 괜찮아요. 보고 싶었어요. 만나서, 좋아요.”
가슴 찡한 포옹과 오열. “힘들게 다시 만났으니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진행자의 덕담. TV에서 이따금 방영하는 해외입양 재외교민과 친부모의 재회 이벤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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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경험을 작품에 반영한 태미 추 감독은 “혈육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의 힘겨움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장성한 아들에게 처음으로 밥을 차려 주던 어머니는 버무리던 잡채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어주려 한다. 아들은 질색하며 뒤로 물러선다. 짧지만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복 상점에 간 아들은 ‘인형놀이 도구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지난 세월을 보상하려는 듯 뭐든 해주려 하지만,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기까지 겪는 어려움의 크기는 만만찮다.”
추 감독은 “어머니와 아들 모두 성격이 털털한 편이라 드러내놓고 불평하는 일은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추 감독 역시 여덟 살 때 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된 재외교민이다. 그는 고교에 다니면서 한국 입양기관에 편지를 보내 생모를 수소문했다. 1996년 부모와 재회했지만 어머니는 5년 뒤 위암으로, 아버지도 다시 2년 뒤 지병으로 숨졌다. 추 감독은 2000년 한 해 동안 한국에 머물며 생모를 간호했다. 자아를 찾기 위해 친부모와 재회했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을 돌보는 시간은 힘겨웠다. 그 경험을 통해 영화에서 ‘재회 이후’를 조명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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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친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2009년 한국으로 들어와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아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지금 아들 현 씨는 미국에 있다. 추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현 씨를 길러준 미국인 어머니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 씨는 보험 일을 하면서 틈틈이 미혼모를 돕는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 미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시 얻지 못한 현 씨의 삶도 고달프다. 만남의 기쁨은 짧고 현실은 무겁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서로를 만나기 전보다 크게 나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설혹 함께 살 수 없을지라도.”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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