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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 명품 먹을거리]경남 남해 죽방멸치

입력 | 2010-09-27 03:00:00

전통방식 소량 생산… 한우보다 비싼 ‘바다의 귀족’




12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에 위치한 남해 죽방멸치 가공 작업장에서 조부 때부터 3대에 걸쳐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아온 이 마을 주민 전대영 씨(가운데)가 동네 아낙들과 함께 건조된 멸치를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남해=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경남 남해군 창선섬과 남해섬을 이어주는 다리인 지족교. 이 다리 밑 지족해협에 넘실대는 바닷물이 굽이치며 흘러가는 물목에는 어김없이 멸치잡이를 위한 ‘죽방렴(竹防簾)’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백 년 전부터 사용돼온 원시 어업도구인 죽방렴은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개펄에 대나무와 참나무를 V자 모양으로 벌려가며 촘촘히 박아 놓은 전통식 ‘어살(어전·漁箭)’이다.

물살을 따라 이동하는 멸치 떼를 한곳으로 몰기 위해 물살 반대방향으로 벌려놓은 ‘가지’, 가지를 따라 모인 멸치가 살아있는 채로 계속 헤엄칠 수 있도록 만든 원모양의 ‘통’, 그리고 통에 한 번 들어온 멸치는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 입구인 ‘새발’ 등으로 구성된 죽방렴은 남해군을 통틀어 23개밖에 없는 근래 찾아보기 힘든 전통식 어구로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만이 ‘남해 죽방멸치’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 삶기 직전까지 높은 선도 유지

남해 죽방멸치가 명품 먹을거리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 멸치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조업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정치망(定置網)’을 이용해 한 번에 수십 t씩 대량으로 멸치를 잡는 현대적 조업방식 대신 밀물과 썰물을 따라 멸치가 이동하는 물목에 죽방렴을 설치하고 고기가 들기만을 기다리는 자연순응형 조업방식 때문에 일단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1∼2주씩 멸치가 한 마리도 들지 않아 허탕을 치는 날도 있고, 오랜 기다림 끝에 멸치가 들어도 썰물 때 사람이 직접 죽방렴에 들어가서 멸치를 떠내야 하므로 물때가 맞지 않으면 한밤중 작업을 불사하는 날도 많다.

하지만 그물에서 멸치를 털어내는 과정이 필요치 않아 멸치의 육질과 비늘이 상할 우려가 적고, 가공시설이 위치한 포구에서 죽방렴까지의 거리가 평균 수십∼수백 m에 불과해 삶기 직전까지도 멸치가 퍼덕일 정도로 높은 선도를 자랑한다. 특히 ‘참멸치’가 주종을 이루는 남해 멸치는 육지에서 인근 강진만으로 흘러들어오는 플랑크톤 덕분에 먹이가 많은 데다 최대 유속이 15노트에 달하는 지족해협의 빠른 물살에 단련돼 육질이 단단하다.

○ 비린내 적고 짜지 않은 멸치

남해 죽방멸치는 가공과정에 들어가는 정성 또한 남다르다. 멸치에 치는 소금은 국산 천일염만을 고집하고 수작업으로 청정 지하수에 소량씩 삶아내기에 짠맛은 덜하고 멸치살이 부서지지 않는다. 삶은 멸치를 말릴 때에는 건조기 바람을 28도 내외로 비교적 선선하게 유지해 더뎌도 품질을 중시한다. “빨리 납품하려고 직사광선이나 고온풍에 멸치를 말리면 몸은 뒤틀리고 기름기가 멸치 표면에 누렇게 올라옵니다.” 조부 때부터 3대에 걸쳐 남해에서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아 왔다는 전대영 씨(57)의 설명이다.

건조 작업을 마친 남해 죽방멸치는 분류기에 넣고 길이에 따라 세멸(1∼2cm), 자멸(2∼3cm), 소멸(4∼5cm), 중멸(5∼6cm), 대멸(6∼7cm) 등 5단계로 구분한 뒤 다시 한 번 수작업으로 크기를 고르게 한다. 기자가 건조와 선별작업을 마친 중멸 한 마리를 집어 들어 맛을 봤다.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머리까지 통째로 먹었는데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부드러운 육질이 계속 입맛을 당기게 했다. 맛국물로 우려내면 짜지 않고 구수하면서도 뒷맛이 단 남해 죽방멸치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 ‘외제차 타는 멸치’로 통해

자연의 혜택에 인간의 노력이 더해져 소량 생산되는 남해 죽방멸치는 유통 과정에서도 최고급 먹을거리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전 씨는 “주말이면 고급차를 타고 온 도회지 사람들이 트렁크 가득 사가는 바람에 남해 죽방멸치는 ‘외제차 타는 멸치’로도 통한다”며 “국물만 우려내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반찬이나, 술안주로 일품 먹을거리”라고 말했다.

설, 추석 등 명절 때마다 남해 죽방멸치를 선물용으로 한정 판매해온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최상품 선물세트(900g)의 가격은 30만 원 선으로 단위 무게당 가격은 최고급 한우 선물세트를 웃돈다고 한다. 하지만 매년 준비한 물량이 동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추석에도 남해 죽방멸치 400세트를 한정 판매했는데 품절됐다”고 말했다.

남해=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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