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내년 1학기부터는 A 씨가 그런 일로 흥분할 일도 없을 것 같다. 경기도교육청은 체벌 금지, 반성문 서약서 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안을 17일 도의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시켰다. 소지품·일기장·수첩 검사, 휴대전화 소지 자체 금지,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종교행사 등을 강제할 수 없다. 학생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생각할 경우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상담과 조사를 요구할 수 있고 위반 교사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체벌 대신 상벌상담제, 봉사활동, 학부모 면담 등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체벌 금지는 이번 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학생인권조례도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한다.
이런 ‘화통한’ 정책을 들으면 가슴이 좀 시원해질 법도 한데 학부모들은 되레 가슴이 답답해진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체벌 금지와 관련해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는 한 공익광고를 언급했다. 곽 교육감은 “우리 부모님들의 고민과 갈등을 함께 안고 있는 구절”이라며 “그 광고를 보며 저 역시 마음 한 부분에 가시가 박힌 듯 편치 않고, 아버지로서 그리고 교육감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목공(木工)교실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이들이 톱질을 하고 못도 박아보면서 손재주도 키우고, 공부 이외의 재능과 특기를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백번 옳은 말씀이고,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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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엄마들은 이번 추석 연휴 뒤에 시작되는 중간고사에 대비해 오늘도 아이들과 공부 씨름을 해야 한다. 이제 학부모도 좀 쉬고 싶고, 공익광고 같은 ‘부모’도 되고 싶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속도를 조절하고 부작용과 대안을 충분히 논의한 뒤 시행했으면 한다.
이인철 사회부장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