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규제 강화로 소속의원 챙기기 한계
14일 치러진 집권 민주당 대표선거를 계기로 일본 특유의 정치 행태인 ‘계파’가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당 내 계파는 수장이 자금과 인사, 선거에서 도움을 주는 대신 소속 의원들로부터 주요 정책결정과 당내 경선에서 지지를 받는 주고받기식 관계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이번 대표선거에서 이 같은 상호관계가 깨지고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정치자금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계파 수장이 소속 의원의 뒤를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이 무너지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이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손발이 묶인 게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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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전 간사장이 1969년 중의원 의원에 당선한 이래 40년 이상 쌓아온 당내 경선 불패 신화가 처음으로 깨진 것은 집안 단속 실패가 주요 원인이다. 하토야마 그룹도 4분의 1 정도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의사와 달리 간 총리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표선거에서도 뭉치지 못하는 게 무슨 그룹이냐”는 그룹 무용론까지 흘러나왔다.
옛 사회당 그룹이나 옛 민사당 그룹, 하타 쓰토무(羽田孜) 전 총리 그룹도 대표선거를 앞두고 몇 차례나 모임을 갖고 지지후보 결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 지지파로 갈라지고 말았다. 민주당의 1, 2위 그룹을 비롯해 군소 그룹까지 모두 동요하면서 당내 그룹 재편이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는 계파색이 옅어지는 추세다.
파벌정치의 원조인 자민당도 파벌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의 소속 의원 일부가 당 참의원회장 경선에서 반란표를 던지자 실질적 파벌 오너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이런 파벌이 무슨 소용 있느냐”며 탈퇴서를 제출했다. 야마자키파도 파벌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 3대 파벌인 고가파는 파벌 회장이 조만간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파벌을 탈퇴하는 의원이 늘면서 무파벌 의원(48명)이 최대 파벌 마치무라파(47명)를 추월했다.
자민당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으로 전락한 데다 파벌 수장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파벌이 급속히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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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