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경영진의 내분 사태가 어제 이사회를 계기로 일단락됐지만 최종적으로 매듭지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내분의 양 당사자인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측의 설명을 듣고 신 사장 직무정지안을 통과시켰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가 신 사장의 배임 횡령 여부를 판단할 입장은 아니며 사법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의 내분은 라 회장,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최고경영진 3명의 갈등에서 빚어졌다. 신한은행 측이 2일 신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표면화되어 창립 28년째인 신한은행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번 사태로 신한금융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 원 하락했다. 신 사장의 혐의와 함께 지난해부터 제기돼 온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당국은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정치권력 유착설까지 나도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고도 심도 있는 조사를 벌여 사실관계와 위법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신한금융은 자산 규모 310조 원대로 국내 금융계에서 3위에 올라 있으며 가장 탄탄하고 정치권으로부터 가장 독립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 위상이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일부 은행은 규모 면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외치다가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쓰러졌다. 경영 수뇌부가 ‘비자금’ 소동에 경영권 다툼이나 벌이고 있다면 건전성과 대외경쟁력을 두루 갖춘 금융회사라 해도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들도 신한금융 스스로 명성에 흠집을 낸 사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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