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충전해 140km 주행 ‘세계 최고’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산 1호 소형 고속전기차 ‘블루온’ 공개행사에서 블루온을 직접 운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43개 국내 자동차부품사가 협력해 만든 블루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고속전기차로, 한 번 충전해 140km를 달릴 수 있으며 출발 후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13.1초다. 최고 시속은 130km. 청와대사진기자단
블루온은 13.1초 만에 최고 시속 130km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 전기차로, 한 번 충전하면 최고 140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고속 충전에 필요한 시간은 단 25분. 개발 시기는 지난해 일본 미쓰비시사(社)에 이어 세계 두 번째지만 주행거리, 충전시간, 모터출력 등 대부분의 사양이 미쓰비시의 ‘아이미브(i-MiEV)’ 전기차보다 우월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 세계에서 두 번째, 사양은 세계 최고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속 전기차 1호차 출시식’에서 공개된 블루온은 현대차의 소형차 ‘i10’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은 전혀 다르다. 일반 자동차의 ‘심장’과도 같은 엔진이 없고 온전히 배터리와 모터로만 구동하는 순수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블루온은 아이미브처럼 용량 16.4kWh 배터리를 쓴다. 하지만 모터출력은 블루온이 61kW, 아이미브가 47kW로 블루온이 월등하다. 이 때문에 시속 100km 도달 시간도 13.1초로 아이미브(16.3초)보다 3.2초나 짧다. 그러면서도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는 140km로 아이미브(130km)보다 10km 더 길다. 반면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완속 6시간, 급속 25분으로 아이미브보다 각각 1시간, 5분씩 단축됐다.
정부는 지난해 민간과 절반씩 총 220억 원을 조성해 블루온을 개발했다. 지식경제부는 “블루온 개발에는 현대차 외에도 9개 자동차부품 대기업과 34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했다”며 “핵심 부품의 90%가 국산”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블루온이 성공적으로 개발됨에 따라 당초 2017년 양산 계획이던 중형 전기차도 2014년까지 앞당겨 개발하기로 했다.
지경부 조석 성장동력실장은 “전기차의 가장 큰 과제는 차량 가격의 절반에 육박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것과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이라며 “2020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5분의 1로 낮추고 주행거리는 300km로 늘리는 게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 언제 탈 수 있을까
정부는 일단 이번에 개발된 블루온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일반 가솔린차와의 가격 차 절반을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해주기로 했다. 전기차에는 각종 세제혜택과 혼잡통행료,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등 인센티브도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일반 소비자가 전기차를 타기까지는 적어도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 수준에서 전기차의 가격은 동급 가솔린차보다 최대 4000만 원 이상 비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경부는 “차량 유지비는 매우 쌀 것”이라며 “일반 승용차의 한 달 기름값이 13만 원이라면 동급 전기차의 충전비는 월 1만8000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경부는 올 7월 전기차 보급시대에 대비해 일반 전기료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차 충전 전력 요금제’를 별도로 만든 바 있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시설, 대형마트, 주차장 등에 220만 대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2020년까지 총 100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이날 직접 블루온을 타고 청와대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본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날 우리가 세계 전기차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며 현장 기술자의 노고를 치하했다. 또 “이번 전기차는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상호 보완하고 협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동영상=스피라 전기차 테스트 주행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