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해부학/마이클 스톤 지음·허형은 옮김/644쪽·2만8000원/다산초당범죄심리학의 아인슈타인…美강력범죄 600여건 분석인간의 악 22단계로 분류…공격충동의 뿌리 파헤쳐
이들 중 누가 더 악한가? 이들은 왜 그렇게 악한 짓을 저질렀을까?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은 왜 대부분 남자이고 그 피해자들은 여자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이라면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면서 유명 텔레비전 진행자인 ‘마이클 스톤’이 쓴 ‘범죄의 해부학’을 읽어 보길 권한다.
저자는 미국에서 발생한 600건이 넘는 강력범죄사건을 분석한 뒤 ‘인간의 악’을 22단계로 분류했고, 이 책에는 그중 200여 건이 소개돼 있다. 스톤의 22단계 ‘악의 등급’ 분류체계에 따르면 가장 ‘약한’ 1단계의 ‘악’은 ‘정당화될 수 있는 살인’이고, 가장 ‘강한’ 22단계의 ‘악’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괴롭힘으로써 병적인 쾌감을 맛보기 위해 행하는 ‘사디즘적 고문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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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다산초당
저자는 ‘악행’의 부수적인 원인으로 유전, 성장환경, 뇌손상, 정신장애, 그리고 약물중독 등을 제시한다. 저자와 다른 많은 범죄심리학자들이 악몽의 괴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극단적인 악인들과 그들의 악행을 분석하고 ‘해부’하는 이유와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각 악행에 대한 적절한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범죄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욕구와 심리의 심각성보다는, 그 범죄가 낳은 결과에 따라 처벌의 수위를 결정해 왔다.
김길태는 이미 과거에 한 여성을 10일간 감금하며 지속적으로 극악한 성폭행을 한 죄로 검거되었지만, 살해하거나 중상을 입히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하자마자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반면에 그 욕구와 심리의 악성(惡性)은 약하지만 결과가 심각했던 범죄자들의 경우 극형을 피할 수 없었다. 저자는 우리가 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결과가 아닌 욕구와 심리의 악성에 따라, 적절한 치료와 교정을 통해 재활의 기회를 부여할 자와 결코 사회에 다시 내보내서는 안 될 자를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어린이에게서 이기적 자기애와 공격성의 징후를 발견해 미리 치료하고 교정함으로써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매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다. 특히 과학보다는 윤리적 규범과 종교적 신념을 더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범인 김대한을 ‘등급 3’ 정도로 낮게 평가하고, 법정 최고형이 아닌 치료감호와 재활교정 과정을 거쳐 사회에 복귀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아동을 성폭행했지만 살해하거나 중상을 입히지 않은 자를 ‘등급 20’으로 평가하고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반발할 법학자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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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