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리’ 위주로 생각해보자면 이 시점에 우리 증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식은 경기회복보다는 오히려 경기둔화 쪽이다. 만약 미국과 유럽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금융위기 이후 공급된 엄청난 유동성이 촉매제 역할을 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급하게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7% 가까운 경제성장에 물가도 만만찮게 올라가는 형편인데 여기에 해외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더해지면 통화 환수가 골칫거리다. 혹자는 금리를 최소 5% 이상(금융위기 직전 기준금리가 5.25%)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서서히 금리가 인상되면 충격이 덜하겠지만 시중의 유동성 축적량을 감안하면 2년 전 금리인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금리를 인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 채권시장이 충격에 빠진다. 경기하락에 베팅해 버블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채권시장에 금리가 폭등하면 금융기관들의 포트폴리오가 일대 혼란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주식에서 손해 본 투자가들이 이번에는 채권에서 호되게 당할 것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올라 채무상환 불능 대출자가 속출하면 금융기관들도 부실화를 면키 어렵고 동시에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증시도 금리 5% 이상에서는 힘을 받기 어렵다. 경기회복으로 인한 기업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치보다 높은 고정금리에 대한 매력이 더 크기 때문에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줄게 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