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영광 법성포서 민속조사… 10년 뒤 변화상도 추적
《“굴비는 아홉 번 죽지요. 그물에 걸려 죽고, 냉동되어 얼어 죽고,
굴비가 되기 위해 소금에 절어 죽고, 끈으로 엮을 때 졸려 죽고, 건조할 때 말라 죽고…
마지막으로 냉동실에 다시 들어가 또 죽고…. 참으로 험난한 여정이지요.”
폭염이 쏟아지던 22일 오후 전남 영광군 법성포.
국립민속박물관의 법성포 굴비 민속문화 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굴비는 아홉 번 죽는다” “굴비 한 마리가 26명을 먹여 살린다”….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법성포 굴비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민속문화와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림은 박수근의1962년작 ‘굴비’.동아일보 자료 사진
“저기 매달려 있는 굴비를 보세요. 모두 표정이 다르지요. 어떤 건 절규하는 듯하고 어떤 건 체념한 듯하고….”
굴비의 민속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현장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연구원 사진작가 등 10여 명은 2월부터 7개월째 법성포에 머물며 굴비에 얽힌 다양한 민속문화를 조사하고 있다. 2011년 ‘전남민속문화의 해’를 앞두고 이뤄지는 전남지역 민속문화 현지조사의 일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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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가공과정-종사자 애환 등 담아
연구원들은 그동안 매일 집집을 돌면서 굴비의 민속문화를 조사했다. 오 연구원은 “어선을 타고 나가 조기를 잡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한 가구를 정해 굴비 가공도구 등 집안의 물건을 하나하나 샅샅이 조사하고 촬영한다.
왜 법성포일까. 편 연구원은 “굴비는 바람과 소금, 사람 손길의 절묘한 만남”이라고 전했다. 기온 습도 풍속 등이 굴비 말리기에 최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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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간수가 빠진 천일염으로 염장하는 전통 기법도 중요하다. 편 연구원은 “천혜의 자연조건에다 전통 가공방식을 계승하고 있어 지금도 법성포 굴비의 명성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구결과 내년에 책으로… 전시회도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굴비 민속문화를 조사하고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오창현(왼쪽), 편성철 연구원(가운데).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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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26명이 먹고살 수 있다고 하네요. 조기 잡는 사람부터 말리는 사람, 굴비를 엮는 줄 만드는 사람, 굴비를 엮는 엮거리 아줌마 등등. 죽어서도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생선이 바로 굴비인 셈입니다.”
영광=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