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어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3명을 기소했다. 윤리지원관실에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은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2008년 여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워크숍 회식자리에 참석했다는 참고인 진술도 나왔지만 수사가 더 나아가지 못했다. 특정 인맥의 권력사유화 논란에 휩싸였던 박영준 국무차장의 이름은 언급조차 안 됐다.
한나라당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여당 의원들까지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의 ‘몸통’이 2급 공직윤리지원관이라면 이를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국민의 이목을 끈 수사가 비선(秘線)이나 윗선 같은 핵심 의혹엔 접근조차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듯하다. 이런 수사라면 야권의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국정조사 요구 같은 정치공세를 피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는 늘 ‘중간발표’이다. 스스로도 최종발표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니까 ‘중간’이라는 떳떳지 못한 수식어를 붙인다.
검찰은 6월 21일 국회에서 사건이 불거진 이후 보름 가까이 허비하다 수사에 착수했다. 7월 5일 총리실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았지만 4일이나 지난 9일에야 윤리지원관실과 총리실 관계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윗선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는 결정적 증거였던 총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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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은 시대착오적이고 반(反)민주적인 범죄다. 구(舊)시대의 유습인 음험한 불법사찰 활동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윗선을 끝까지 파헤치지 않으면 검찰 수사는 ‘꼬리 자르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