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대우, 평생 함께” 가족처럼 결속
이처럼 화려한 실적을 자랑하는 곳은 다음 달 12일 코스피에 상장 거래될 국내 토목설계 업계의 강자 도화종합기술공사다. 1950년대 후반 전후(戰後) 복구의 열기 속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국내 건축·건설 업계에 토목설계 업종을 처음 도입한 기업이기도 하다. 다음 달 3, 4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12일 상장되는 일정이 확정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건축물 올리는 일 빼고는 다 한다
도화가 지금까지 손을 댄 SOC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경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 한국의 수많은 고속도로와 국도 설계, 부산항을 비롯한 28개 무역항과 17개 연안항의 개발 및 정비, 경부고속철도 설계, 부산 대전 전주 인천 등지의 상하수도 시설 설계, 암사대교 화명대교 설계, 진주 남강 다목적댐 설계, 강원 고성군 폐기물 종합처리시설 설계, 전주 하수처리장 감리 등이 대표적이다.
김영윤 회장은 “광복 직후에는 공무원들이 설계 일까지 맡아 했지만 도화가 전문 토목업체를 신설한 것을 시작으로 건설업종이 세분되고 전문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그런 점에서 도화의 역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005년만 빼고 국내 토목설계 업계 매출액 1위를 지켰다. 지난해 매출액은 3087억 원, 영업이익은 32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0.6%나 되며 당기순이익은 288억 원이다.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도 10.9%에 이른다.
김 회장은 “다른 회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는 비결은 기술력 높은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1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자신이 있고, 그 덕분에 전통산업인데도 20만 원이 넘는 공모가가 형성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끈끈한 조직문화가 최대 강점
이 회사에는 70세가 넘은 고문이 10명 넘게 있다. 장기 근무하다 퇴직한 사원들로 신입 직원들의 교육을 책임진다. 토목설계 업계에서는 드물게 1988년 공채시스템을 도입한 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거르지 않고 신입 직원을 뽑고 있기에 교육을 담당할 경험 있는 조련사가 필요하다.
▼ 시장점유율 30%… 영업이익률 동종업계 2배 ▼
김 회장은 “업계에서 최고 대우를 해주고 ‘평생 함께 간다’는 조직문화가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토목설계 업계는 기술로 승부하다 보니 이직률이 높은데 도화의 전체 직원 1840명 가운데 1600명이나 되는 기술 인력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현재 도화의 대주주는 3명이다. 최대주주인 곽 전 회장이 29.96%, 유재소 전 회장이 14.32%, 김 회장이 12.87%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그 흔한 지분 다툼이나 재산권 분쟁 없이 사이좋게 사장-전무-상무 혹은 회장-사장-전무로 일하다 차례차례 은퇴 수순을 밟았다.
먹고살 만하고 회사가 성장하면 됐지 앞으로 대주주의 지분을 늘릴 생각이 없다는 게 이 회사의 경영방침이다. 직원이 성장 과실을 함께 가져갈 수 있어야 기업이 100년 역사를 넘어 영속기업이 될 수 있다는 곽 전 회장의 경영철학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남는 지분은 회사를 위해 고생한 임원들에게 1∼7%씩 나눠줬는데 상장 이후 이들이 주식을 팔 생각이 있다면 회사에 시가로 넘기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야 앞으로 고생하게 될 다른 임원들에게도 주식을 나눠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