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뽑을 대의원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갈라진 계파의 골을 메워라.’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할 당 대의원들은 새 지도부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계파 통합’을 꼽았다. 이는 동아일보가 1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대의원 137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대의원들이 6·2지방선거 패배 이후 증폭된 여권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여권 분열’에서 찾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의원의 표심이 전당대회 결과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계파통합’-‘당정청 관계 재정립’-‘서민 정책 제시’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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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16.8%가 ‘당정청 관계 재정립’을 들었다. 대구의 40대 기초의원은 “한나라당이 자율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잘 안 된다”며 “당정 분리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지도부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16.1%) ‘젊은층과의 소통 강화’(9.5%) 순이었다. 경북 지역 40대 대의원은 “한나라당이 서민과 중산층 위주의 정책을 계속 펴는 것은 좋으나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북 출신의 50대 대의원(전국위원)은 “젊은 후보가 젊은 유권자와 소통을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55.5%는 ‘계파 통합’을 꼽았다.
○‘경제 살리기’ 후반기 국정목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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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패배 이후 증폭된 여권 위기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서 상당수 대의원은 ‘여권의 분열’(39.4%), ‘지도력 및 정치력 부족’(24.8%) 등 내부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탓한 대의원도 16.8%나 됐다. 당 중앙위 소속 조종구 대의원(80)은 “야당은 기득권을 빼앗겼다는 심리가 작용해서인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
당 운영에 대한 대의원들의 비판은 신랄했다. 부산 지역 40대 대의원은 “대통령은 잘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받쳐주지 못한다”며 “당의 단합이 급선무인데 이게 안 되면 당을 다시 만드는 게 낫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50대 대의원은 전당대회 후보들에 대해서 “차기 총선 사전 선거운동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경기도의 50대 대의원도 “열 명이 넘게 (전당대회에) 나온 것도 가관이다”라고 말했다. 전북의 50대 대의원은 “지역이 지역이라 친구들에게 욕만 먹는다”라며 “(당이)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은 게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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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인 인턴기자 서강대 화학과 4학년
조승범 인턴기자 미주리주립대 언론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