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관 통째 병원에 옮겨와수의-몸-부장품 등 모두 분석시신 염기성 상태 보관 추정기 존 ‘산성’ 학설 뒤집을수도
《1922년 이집트에서 발견된 ‘투탕카멘’ 왕은 ‘저주’로 유명하다. 미라와 피라미드를 발굴했던 고고학자 대부분이 사망한 이 사건은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라를 무서운 존재로 인식시키고 있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은 2006년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미생물 감염이 저주의 원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미라는 어떨까. 일단 아직까지 저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발굴된 수백 년 전 미라를 조사한 결과 한국 미라는 거의 무균 상태에서 보관되며 해로운 세균도 없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김한겸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교수는 경기 오산시 가장2일반산업단지에서 5월 발굴한 미라 두 구의 세균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24일 밝혔다.》
■ 5월 발굴 여성미라, 사상 처음 세균실험해보니…
○ 미라 발굴 어떻게 진행했나
미라 발굴단이 미라의 수의를 벗겨내며 세균을 채취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같은 병원 진단검사의학과와 공동으로 경기 오산시에서 발견된 미라 두 구에 대한 생물학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한국 미라에는 인체에 해로운 병원성 세균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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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작업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 교수팀이 미라의 과학적 의미를, 김우림 울산박물관추진단장과 부산서경문화재연구원 관계자들이 부장품의 역사적 가치를, 권영숙 부산대 교수팀이 복식 연구를 담당했다. 기자는 연구팀의 허락을 얻어 첫 번째 미라의 발굴작업에 참여했다. 발굴작업은 시신(미라)을 염한 수의 등 부장품을 손으로 모두 한 꺼풀씩 벗겨내는 일이었다. 옷가지 하나도 수백 년 전 유산이라 연구원들은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떨어진 것이 있으면 현장에서 일일이 실로 기웠다.
한 꺼풀씩 옷과 부장품을 벗겨낼 때마다 측정지를 이용해 산성도와 단백질 함량 등을 측정했다. 관 속에서 머리카락, 손톱, 나뭇조각 등이 나오면 즉시 바이알(연구용 유리병)에 담았다. 곰팡이 등 세균 흔적이 보이면 면봉으로 닦아 시험관에 넣었다. 이렇게 얻은 자료들은 모두 고려대 진단검사의학과로 옮겼다.
○ “미라 보존 환경, 기존 상식과 달라”
연구팀은 이 자료를 한 달간 조사한 결과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처음 관을 열었을 때 측정한 산성도(pH)는 중성인 7로 나왔다. 이 수치가 미라의 옷을 벗겨낼수록 8, 9로 증가했다. 염기성 상태로 미라가 보관돼 있었다는 의미다. 미라는 미생물의 활동이 둔해지는 산성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결과는 기존 학설을 부정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연구진의 관심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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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첫 번째 미라에선 관 속의 물방울, 대렴(수의의 한 종류) 등에서 총 네 종류의 세균을 발견했으며 두 번째 미라에서는 직장(항문)과 천금위(시신을 마지막으로 덮는 천) 등에서 두 종류의 세균을 발견했다. 여섯 종류의 세균은 모두 흙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잡균으로 병원성 세균은 없었다. 미라 전문가인 김한겸 교수는 “이번 결과는 한국 미라가 무균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유력한 증거로 보인다”고 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