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평택-천안 한눈에… 가슴이 트인다
바위없고 산세 부드러워…
등산로 주변엔 꽃들이 반겨
청룡사 등 곳곳에 문화재들
등산로는 충북 구간보다는 경기 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정상까지 등산로가 잘 나 있다. 청룡사를 출발해 토굴암∼좌성사∼탕흉대∼헬기장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은적암을 지나 청룡사로 되돌아오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달 5일 청룡사를 들머리로 해 이 코스를 역(逆)으로 올랐다. 출발 기점에서 만나는 청룡사. 고려 원종 6년(1265년)에 명본국사가 대장암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다.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중건할 당시 청룡(靑龍)이 상서로운 구름(瑞雲)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산 이름은 서운산, 절 이름은 청룡사로 지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청룡사부터 은적암까지 오르는 길은 길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어 한여름에도 햇볕을 피해 시원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주먹만 한 것에서부터 아이 머리 크기까지 돌을 정성스레 쌓은 것으로 보이는 무덤들이 은적암 아래 곳곳에 있다. 은적암부터는 가파른 사면이 시작된다. 밧줄 코스를 몇 번 지나다 보면 숨이 턱 아래까지 차오르지만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다. 충북의 배티고개에서 넘어와 만나는 삼거리 코스까지만 오르면 이때부터 완만한 등선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비교적 넓은 정상은 둘레가 나무로 둘러싸여 그늘져 있고 쉼터도 잘 만들어져 있다. 막걸리 잔술을 파는 상인도 만날 수 있다.
하산길에는 갖가지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문화재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헬기장과 서봉(543m)을 거치면 서운산에서 손꼽히는 전망대인 탕흉대(湯胸臺)가 눈에 들어온다. ‘가슴을 씻어낸다’는 의미의 탕흉대에 서면 안성과 평택은 물론 천안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로 아래에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홍계남이 방어전을 펼친 서운산성이 있다. 흙으로 쌓은 이 산성은 성 안에서 나온 유물의 연대 측정 결과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발 535m에서 460m까지 골짜기처럼 비탈진 사면을 삼태기 모양으로 둘러 쌓았다. 향토유적 제43호인 ‘서운 북산리 석조여래입상’에서는 소원을 비는 등산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시멘트로 수리해 아쉽지만 온화한 부처님의 미소를 다소나마 느낄 수 있다. 기도사찰인 좌성사를 거쳐 40여 분쯤 내려오면 청룡사 기점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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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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