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현금기부-자원봉사美 예술단체들의 버팀목뉴욕필에 매년 거액 후원1000명 개인-기업 밑받침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입장료대신 기부금 받아애리조나주서 기부하면100% 소득공제혜택 지원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장객에게 기부금을 받고 개인회원으로 등록하면 특별 전시를 미리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개인 참여 제도를 갖추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페이지 씨는 “중세에 다빈치 같은 예술가들이 메디치 가문 등 부유한 이들의 후원을 받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예술 발전을 위해서는 일반인의 기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10년 전부터 여러 비영리 예술재단을 위해 자원봉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건국 이후부터 개인의 자유를 강조해온 미국은 사회와 예술계의 협력에서 국가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페이지 씨처럼 예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돈이나 시간, 재능 등을 기부하는 개인과 수익금 일부를 각종 예술재단에 기부하는 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 교향악단인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매년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의 거액을 기부하는 1000여 명의 ‘후원자’ 또는 ‘후원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후원자들은 티켓 판매금액만으로 운영될 수 없는 뉴욕필하모니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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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에 대한 개인들의 공헌이 돈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마케팅, 기획, 재무, 법무 등 다양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비영리 예술재단을 위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년간 일하는 ‘재능 기부’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비영리 예술재단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협력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 미국 아츠앤드비즈니스협의회(ABC) 뉴욕지부에 따르면 뉴욕지역에서 ABC를 통해 자신들의 재능을 예술재단에 기부하기 위해 문의하는 사람 수가 2008년 이후 두 배로 늘어났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동아일보 자료 사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퍼시픽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티켓 판매 수익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현지 지방은행인 파머스 앤드 머천트 은행이 거액을 기부하면서 해체 위기를 모면했다. 이 악단의 연간 예산은 1750만 달러(약 210억 원)인데 이 중 200만 달러를 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편의점 체인인 타깃은 매년 세전이익의 5%를 퍼시픽 심포니 같은 예술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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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회에 ‘기부업체 세제혜택 확대’ 로비도”
비영리 예술재단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협력을 연결하는 미국 아츠앤드비즈니스협의회(ABC) 뉴욕지부의 윌 와이스 회장(사진)은 “풍요한 예술환경을 낳기 위해 개인과 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는 문화가 미국에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ABC에 대해 소개한다면….
“ABC는 외부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비영리 예술재단을 지원하기 위해 1965년 창립됐다.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시카고 신시내티 등 10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있다. 매년 한 차례 모든 지부 임직원이 모여 각자 활동을 소개하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어떤 활동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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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계의 협력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세제 혜택이 중요하다. ABC는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이를 위해 로비활동을 펼친다. 한편으로 기업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훌륭한 그림을 많이 갖고 있는 미술관이라고 해서 돈을 기부하지 않는다. 여기에 돈을 기부해 자사의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한다.”
―개인이 예술계 활동에 협력하도록 하려면….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단순히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예술 분야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도록 하면 그만큼 예술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더 많을 것을 내놓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