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후보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 출신 등 진보 성향 후보들에게 밀린 가장 큰 이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진보 진영은 시민·사회단체와 진보 진영 원로들의 주도로 전국적인 단일화를 이뤘다. 반면 보수 진영은 모든 지역에서 단일화에 실패했다.
개표 마지막까지 결과 예측이 어려웠던 격전지 서울의 경우 진보 단일후보 곽노현 후보의 득표율은 34.3%였다. 2위인 이원희 후보와의 차이는 불과 1.1%포인트였다. 보수 성향의 다른 후보인 김영숙, 남승희 후보는 둘이 합쳐 2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수치로만 보면 유권자들은 진보 성향 후보보다 보수 성향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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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일에 가장 먼저 등록을 마치고 그날부터 서울 곳곳을 누비며 선거 운동을 시작하는 등 후보들 중 가장 열심이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곽 후보가 이원희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고민 끝에 사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진보 진영의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후 박 교수는 곽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비슷한 시기 보수 진영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매일같이 보수 후보끼리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누구도 “내가 용퇴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헐뜯기에 바빴다. 특히 선두를 달리던 이원희 후보에 대한 비방은 선거 막판 극에 달했다. 한 보수 성향 후보 관계자는 “곽 후보 찍으실 분은 소신 지키시고 다른 분 찍으려던 분은 부디 마음 바꾸세요”라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
대의(大義)를 선택한 진보의 승리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보수의 아집(我執)이 진보의 대의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교육철학이 비슷한 보수 후보들의 결집이 이뤄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지만 역사에는 ‘만약에’가 없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